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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물안궁", 번역이 필요한 의사소통 불가능 시대의 주인공,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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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단어정보

"안물안궁", 번역이 필요한 의사소통 불가능 시대의 주인공, 줄임말

by 고.래 2023. 3. 1.

나는 대학을 나온 '의사소통이' 가능한 평범한 보통 수준의 성인이다. 하루는 편안하게 쿠션에 기대어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엇, 저것은 무슨 뜻이지? 방금 뭐라고 말한 거야?'라고 무척 당황한 적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 그 단어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 전엔  '신조어'가 의사소통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알려주는 '공익광고'가 방송을 타기도 했고, 나의 '한국어' 수업 때에도 의사소통 목표의 교수법을 공부한 적이 있다. 

 

 

번역이 필요한 해석 불가능 시대
공익광고, 신조어 편

§ 왜 줄임말을 쓸까?

줄임말을 쓰면 말할 때 간편한 면은 있다. 에스비에스를 '스브스'라고 하고, 전지적참견시점을 '전참시'라고 하면 말로 새어나가는 나의 에너지를 어느 정도 저장해 놓을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친구와 대화할 때, '전참시에 누구 나오는 것 봤어?'라고 운을 띄울 때와 '어제 "전지적 참견 시점"에 누구 나오는 것 봤어?'라고 말할 때, 친구들의 반응은 별 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흥미진진함과 좀 더 빠른 공감의 피드백의 속도의 차이는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어쩌면 대화하기 불편한 상대이거나 긴 대화를 지속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런 줄임말도 빠른 감정적인 탈출구를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 나도 줄임말을 쓸까?

나는 줄임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하고 싶은 의미를 빠르게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하더라도, 차분하게 조리 있게 말하기엔 정확한 단어를 꼭꼭 씹어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은 습관이고, 말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나를 드러내고 대변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이다. 그런데 이미 상대는 내 말을 듣다가 시선이 돌아가고, 입을 오물오물 거린다. 이 시각 이후에 할 일 서너 가지의 순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듯한 모습이다. 느긋하게 들어주는 미덕은 없다. 나는  지루한 사람, 재미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그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모습을 호기롭게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말을 쓴다. 

 

§ 안물안궁

'안물안궁'은 상대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안물어봤어, 안 궁금해!"라고 무안을 줄 때 쓴다라고 알고 사용했다.

혹시나 사전을 찾아봤더니, 놀랍다.

 

1. '안 물어보았고, 안 궁금하다'를 줄여 이르는 말.

 

2. '안 물어 본 것'의 줄임말인 '안물'과 '안 궁금한 것'의 줄임말인 '안궁'의 "합성어"로 현재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쓸 때 보통 글 앞에 말머리로 달아 사용한다고 친절하게 단어의 구분까지 해 놓았다.

 

3. '안 물어봤다'의 줄임말과 '안 궁금하다'의 줄임말을 합쳐서 더 강한 무시를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

 

일반 단어를 찾아보면 한 가지 단어에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를 알려준다. 이 '안물안궁'에도 상대를 무시하는 표현으로 쓰기도 하고, 자신의 글이 무시당할까 봐 미리 '안물안궁'을 적어두고 쓴다고 한다. 

 

§ 현대 속담이라고?

과거의 어느 기사에 이런 말들이 '현대 속담'이라고 할 수 있지 않냐는 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 '안물안궁'이라는 줄임말이 '청치 않은 잔치에 묻지 않은 대답'이라는 속담에 호응한다는 것이다. 반갑지도 않은 사람이 이것저것 끼어듦을 비꼬아 이르는 말로 간접적으로 다른 상황을 빗대어 한 줄로 잘 묘사한 멋진 속담이다. 그런데 직설적인 표현의 문장에서 글자 한 개씩만 띄엄띄엄 가져와서 '합성어'라고 만들어 놓고 '현대식'의 속담이라니, 전혀 동의할 수가 없네. 속담은 쉬운 격언이나 잠언을 말한다. 속담은 오랜 생활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을 한마디로 표현함으로써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속담은 그냥 속담으로 그 자리를 보존해 주자. 줄임말은 그냥 줄임말일 뿐이다. 

 

 

현대 속담이라고 한다고 하면

어떤 교훈과 경계를 표현하는 것일까?

줄여서 오는 경제성과  줄인 단어들의 부조화가

웃음을 만들어 내는 골계미?


격언
- 오랜 역사적 생활 체험을 통하여 이루어진 인생에 대한 교훈이나 경계 따위를 간결하게 표현한 짧은 글.
'시간은 금이다'는 시간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격언이다.

 

잠언
-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
'시간은 금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따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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